나무 이야기 / 이성복 수주일 전 아내와 동네 뒷산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내려오는 길에, 그리 크지 않은 소나무 밑둥치에 녹슨 쇠못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현수막 같은 것을 걸만큼 높은 위치도 아니었는데, 거기 왜 그렇게 많은 쇠못이 박혀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손으로 그 못들을 잡아 돌려도 꿈쩍도 않아, 길 옆 돌 부스러기를 집어 못과 못 사이에 넣고 이리저리 돌려보니, 그 가운데 몇 개는 빠져 나왔다. 남은 대 여섯 개의 녹슨 못은 나중에 장도리를 가져와 뽑아 줘야지 하고는,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그 약속이 되살아난다. 또 어느 해 가을인가는 묘사를 지내러 고향 선산에 올랐다가 녹슨 철사줄로 칭칭 동여맨 소나무 몇 그루를 보았는데, 비록 야산이기는 했지만 꽤 깊은 산중에 누가 무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