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갈치 / 조수일
야행성이었다
달이 뜬 후에야 낡은 통통배를 밀고 바다로 향했다
대낮엔 모래 틈이나 펄 바닥에 엎드려
밤을 기다리는 갈치를 닮았다
딱 한 번 흙탕물에 발이 빠졌을 뿐인데
당신의 얼룩은 평생을 따라붙었다
어둠이 더 편한 밑바닥의 생
북항의 밤은 늘 멀리서 찬란하였다
날렵한 지느러미에 주눅 든 새끼들을 싣고
밤하늘의 유성을 따라가고 싶을 때도 있었을까
은빛의 유려한 칼춤으로
자신의 바다에서
단 한번도 刀漁가 되어본 적이 없는 아버지
갈라터진 엄마의 울음이 뻘밭에 뿌려지던 날
마지막 실존이었던 銀粉마저 다 털려
유영의 꿈을 접었던
평생 들이켠 바다를 다 게워내느라 갑판 위가 흥건했다
짠물을 다 마시고도 채우지 못한 허기
삶을 지탱하는 힘이 어쩌면
꿈을 좇는 허영인지도 모른다
바다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한 갈치 떼
가쁜숨 몰아쉬며
눈먼 만삭의 어둠 속에서 습관처럼
살점 저며주고 뼈만 남은 먹갈치 한 마리
또 한 번 서툰 몸짓으로 비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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