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위험했다/김성희
#골목
늦은 밤 골목은 세계의 끝으로 가는 미지다
곡선의 완곡어법으로 사라짐의 결말을 서술하는 문장들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모퉁이에서
그만 눈빛을 잃은 후
얼굴이 무심한 사람과 동행했던 그때 나는 몹시 위험했다
#불면
짙은 어둠은 청춘의 외연을 감싸고 있었지
들키고 싶은 나를 포장하느라 달의 껍질을 벗겨냈던 불면
별들이 감꽃같이 반짝이던 봄밤이었고
캄캄한 슬픔에서 칸 칸 피어났던 허기진 문장들로
막무가내 시인을 열망했던 그때 나는 끝도 없이 위험했다
#비
우산 속에서 발끝만 보고 걷는 버릇이 있지
발끝에 날름거리는 물의 혀를 좇는 내 눈동자는 어두워
선과 악이 섞여 흐르는 물의 계단을 밟고 올라갔지
불편한 이름들이 물에 번식하는 축축한 공간
그때 서랍 속에 있어야 할 심장이 발밑에서 온통 젖어서
나는 불혹을 넘어서도 여전히 없이 위험했다
#안개
안개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은 마땅하다
비를 은신처로 삼은 부전나비들의 고요
고요를 만진 손끝이 내내 시리고
아침이 와도 더 볼 것도 없는 강물의 풍경
물소리로 풍경의 안팎을 지우는 자욱한 물빛에
나는 나에 대해 모호해지기로 했다
늦은 밤 골목은 세계의 끝으로 가는 미지다
곡선의 완곡어법으로 사라짐의 결말을 서술하는 문장들
보이던 것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모퉁이에서
그만 눈빛을 잃은 후
얼굴이 무심한 사람과 동행했던 그때 나는 몹시 위험했다
#불면
짙은 어둠은 청춘의 외연을 감싸고 있었지
들키고 싶은 나를 포장하느라 달의 껍질을 벗겨냈던 불면
별들이 감꽃같이 반짝이던 봄밤이었고
캄캄한 슬픔에서 칸 칸 피어났던 허기진 문장들로
막무가내 시인을 열망했던 그때 나는 끝도 없이 위험했다
#비
우산 속에서 발끝만 보고 걷는 버릇이 있지
발끝에 날름거리는 물의 혀를 좇는 내 눈동자는 어두워
선과 악이 섞여 흐르는 물의 계단을 밟고 올라갔지
불편한 이름들이 물에 번식하는 축축한 공간
그때 서랍 속에 있어야 할 심장이 발밑에서 온통 젖어서
나는 불혹을 넘어서도 여전히 없이 위험했다
#안개
안개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은 마땅하다
비를 은신처로 삼은 부전나비들의 고요
고요를 만진 손끝이 내내 시리고
아침이 와도 더 볼 것도 없는 강물의 풍경
물소리로 풍경의 안팎을 지우는 자욱한 물빛에
나는 나에 대해 모호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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