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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 김선우

에세이향기 2024. 3. 1. 12:22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 김선우

가령 이런 것

콩나물시루 지나는 물줄기ㅡ 붙잡으려는ㅡ 콩나물 줄기의 안간힘

물줄기 자나갈 때 솨아아 몸을 늘이는ㅡ 콩나물의 시간

닿을 길 없는 어여쁜 정념

다시 가령 이런 것

언제 다시 물이 지나갈지

물 주는 손의 마음까진 알 수 없는 의기소침

그래도 다시 물 지나갈 때 기다리며ㅡ 쌔근쌔근한 콩나물 하나씩에 든 여린 그리움

낭창하게 가늘은 목선의 짠함

짠해서 자꾸 놓치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물줄기 지나간다

다음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므로

생의 전부이듯 뿌리를 쭉 편다

아ㅡ 너를 붙잡고 싶어 요동치는

여리디여린 콩나물 몸속의 역동

받아, 이거 아삭아삭한 폭풍 한 봉지​

계간 『서정시학』 2011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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