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좋은 시

봉평 장날/이영춘

에세이향기 2021. 5. 28. 16:19

봉평 장날

 

이영춘

 

 

올챙이국수를 파는 노점상에 쭈그리고 앉아

 

후루룩 후루룩 올챙이국수를

 

자시고 있는 노모를 본다

 

정지깐˚ 세간사 뒤로 하고

 

한 세기를 건너와 앉은

 

푸른 등걸의 배후,

 

저문 산 그림자 결무늬로

 

국수 올들이 꿈틀꿈틀

 

노모의 깊은 주름살로 겹치는

 

허공,

 

붉은 한 점 허공의 무게가

 

깊은 허기로 내려앉는

 

한낮.

 

 

˚부엌의 영동지방 사투리

 

 

 

-시집『봉평 장날』(서정시학,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

 

어머니를 회상하는

어느 봉평 장날의 풍경이다

시인은 이제 나이 들어

어머니가 경험한 세계로 직접 여행을 떠나본다

어머니를 떡 허니 시 속에 불러들여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고감의 차이가 시간의 연속이듯

삶과 죽음은 맞붙어 있는 것이라

시작과 끝의 관계처럼 늘 연속 선 상에 있는 것이다

 

국수의 올에서

세월을 읽어내는 시인의 시심이 곱다

노모의 깊은 주름살로 보는 눈이 깊지 아니한가

 

봉평 장날에 가서

내가 먹어본 그 맛을

3월 1일이면 한 그릇 시 속에 담아 오시리라 믿으며

시하늘이 기다린다

 

 

 

詩하늘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정/박선희  (0) 2021.05.29
감잎에 쓰다/이해리  (0) 2021.05.28
라면/권선희  (0) 2021.05.28
이끼/김경성  (0) 2021.05.28
사랑에 대한 반가사유/이기철  (0)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