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장날
이영춘
올챙이국수를 파는 노점상에 쭈그리고 앉아
후루룩 후루룩 올챙이국수를
자시고 있는 노모를 본다
정지깐˚ 세간사 뒤로 하고
한 세기를 건너와 앉은
푸른 등걸의 배후,
저문 산 그림자 결무늬로
국수 올들이 꿈틀꿈틀
노모의 깊은 주름살로 겹치는
허공,
붉은 한 점 허공의 무게가
깊은 허기로 내려앉는
한낮.
˚부엌의 영동지방 사투리
-시집『봉평 장날』(서정시학,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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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회상하는
어느 봉평 장날의 풍경이다
시인은 이제 나이 들어
어머니가 경험한 세계로 직접 여행을 떠나본다
어머니를 떡 허니 시 속에 불러들여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고감의 차이가 시간의 연속이듯
삶과 죽음은 맞붙어 있는 것이라
시작과 끝의 관계처럼 늘 연속 선 상에 있는 것이다
국수의 올에서
세월을 읽어내는 시인의 시심이 곱다
노모의 깊은 주름살로 보는 눈이 깊지 아니한가
봉평 장날에 가서
내가 먹어본 그 맛을
3월 1일이면 한 그릇 시 속에 담아 오시리라 믿으며
시하늘이 기다린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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