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잎에 쓰다
이해리
물든 감잎을 시엽지(枾葉紙)라 부른
사람이 있었다
감잎이 종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적겠는가
외딴 뒤란 저녁연기
금빛 사장을 둥실 떠나는 나룻배
막차가 떠난 뒤
홀로 헤매는 바람도 좋겠지만
나는 적겠다
벌레 먹힌 잎이 왜 지극한지
상처 많은 단풍이 왜 마음 당기는지
그런 물음 적어
파란 하늘 아래 달아놓고 기다리겠다
수 만 잎의 답신이 돌아올 때까지
-시집『감잎에 쓰다』(시와사람,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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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바라보기
그리고 시가 되기까지 기다리기
대단한 고집이고 욕심이다
이런 거 없으면 시인 하지 말아야 한다
묻는다는 것
그게 삶이고 詩다
‘지극함’과 ‘당김’은 시에 있어
숙명 같은 것이다
감잎 아래서 시를 연상하는
시인의 모습이 당차고 이뻐 보인다
詩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