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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감잎에 쓰다/이해리

에세이향기 2021. 5. 28. 17:00

감잎에 쓰다

 

이해리

 

물든 감잎을 시엽지(枾葉紙)라 부른

사람이 있었다

 

감잎이 종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적겠는가

 

외딴 뒤란 저녁연기

금빛 사장을 둥실 떠나는 나룻배

막차가 떠난 뒤

홀로 헤매는 바람도 좋겠지만

 

나는 적겠다

벌레 먹힌 잎이 왜 지극한지

상처 많은 단풍이 왜 마음 당기는지

 

그런 물음 적어

파란 하늘 아래 달아놓고 기다리겠다

 

수 만 잎의 답신이 돌아올 때까지

 

 

-시집『감잎에 쓰다』(시와사람,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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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바라보기

그리고 시가 되기까지 기다리기

대단한 고집이고 욕심이다

이런 거 없으면 시인 하지 말아야 한다

묻는다는 것

그게 삶이고 詩다

‘지극함’과 ‘당김’은 시에 있어

숙명 같은 것이다

감잎 아래서 시를 연상하는

시인의 모습이 당차고 이뻐 보인다

 

 

詩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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