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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에 속다/김정수

에세이향기 2024. 6. 26. 10:29

풍경에 속다

김정수


오죽 못났으면
허공벼랑에 매달린 배후일까

범종도 편종도 아닌 종지만 한 속에서
소리파문 파먹고 사는

주춧돌 위 듬직한 기둥이나 들보 서까래도 아닌
추녀마루 기와등 타고 노는
어처구니 잡상만도 못한

항상 바람과 놀고 있는 풍경은 무상이려니
눈곱때기 창이나 벼락치기 문이려니

오죽 힘들었으면
죽음 끝에 매달려 살려 달라
살려 달라 스스로 목을 맸을까

10년 행불 소리 소문 없이 보내고 보니
어딘가 끝에라도 매달려 손등 문지르고 싶은

숨과 숨 사이

진짜 큰 소리는 들리지 않고
바람에 풍경 들여 불이였음을

같은 것 하나 없는
빠끔, 원통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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