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좋은 시

사소한 혁명/이언주

에세이향기 2024. 6. 26. 09:55
 
 
사소한 혁명
이언주
 
​​
​  콩에서 나물까지 거리를
  혁명이라 한다면 혁명의 끝은
  보자기만한 하늘을 밀어올리기 위해
  남발된 언어를 찾아 헤매는 것
  바가지로 퍼붓는 비를 맞는다
  시루 안에서 허리 세워야하는 직립이란
  빽빽한 절망을 꿈꾸는 일
  내가 꿈꾸는 詩
  빛이 왜 독이 되는지
  내막도 모르는 채
  빛을 찾아 고개 쳐드는 족속이었음을 
 
  당신에게 고백하여야 하나?
  별 없는 검은 하늘이 들썩인다
  태를 끊으려는 욕망
  부리 속 푸른 혓바닥을 숨기고
  벽을 두드린다
  지독하게 환해지는 어둠
  신열 앓는 발이 가렵다 
  멋대로 일어서는 미친 발가락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게 오는 사람/이잠  (1) 2024.06.26
풍경에 속다/김정수  (0) 2024.06.26
남편 /김비주  (0) 2024.06.26
쪼그라지며 달아지고 / 김수상  (0) 2024.06.26
떠도는 아픔을 몸에 모시다 / 김수상  (0)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