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정용기
이미 생의 중반을 훌쩍 지나버린 거야.
그러니까 수평이 무너진 거야.
엊그제까지는
오른쪽에만 주로 무게추를 올려놓았던 거
오른쪽만 따뜻한 아랫목에서 거두어왔다는 거
너는 알기나 하는 거야?
왼쪽을 늘 업신여기고 따돌려서 시르죽어 있었다는 거
왼쪽은 그늘받이에서 눈칫밥 먹으며 견뎌왔던 거
너는 알아챈 적이라도 있는 거야?
왼손으로는 이제 뒷주머니의 비밀도 꺼낼 수 없어.
머리 위로 치켜들어 희망을 부를 수도 없어.
차마 중심을 무너뜨릴 수 없어서 견뎌 왔던 결기가,
왼쪽 견갑골에 숨어있던 저 질긴 울분이
이제 기우뚱 트집을 잡는 거야, 파업에 든 거야.
한쪽을 보태거나 덜어내도 소용없어.
오른쪽과 왼쪽은 애초에 연대보증을 섰으니
갈아엎기 전에는 중심잡기 힘들어.
우리 삶에 세월이 자비를 베풀지는 않는 거야.
물그림자처럼 흘러가는 시간이란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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