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의 공식
마경덕
저것은 네모난 공식
문제를 풀면 네 개의 각을 얻을 수 있다
사방을 나누고 눈어림으로 재는 중량
해답은 말랑해서 비닐봉지에 담기거나 팩에 담긴다
첫 문장은 함부로 구르고 튕겨나가는 딱딱한 공식
변수가 있어 정량의 물을 더하고 거품을 뺐다
회오리처럼 휘돌다가도 뜨거운 불길만 무사히 건너면
잘 될 거라 믿었던 사내
완성품을 기다리며 허기진 시간을 견뎠다
간수를 넣는 과정만 통과하면 쓸 만한 물건이 될 거라고
부글거리는 잡념까지 걸러내었다
순두부처럼 몽글거리는 아들에게,
반듯하게 살아라
물러터지면 아무 짝에도 못 쓴다
네모난 틀은 아버지의 공식
거름포를 깔고 뭉친 마음을 부었지만 반듯한 각을 얻지는 못했는지,
구치소 앞
두부를 들고 기다리는 아버지
저기 물렁한 두부 한 모 걸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