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문(問), 문(門)을 열다 / 허 석 닫혀있는 문이다. 아니, 열리지 않는 문 속에 산다. 소통이 없는 문의 안과 밖은 다른 세계, 너와 나, 관계의 단절로 이어져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볼 수 없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거나 아파트 현관문처럼 견고한 벽으로 가로막고 있어서 허락 없이는 한 발자국도 자기 영역을 침범할 수 없는 문이다. 통로가 되어야 할 문이 움직이지 않는 경계가 되어버렸다. 시골에 거주할 때였다. 조용하고 한적하게 지낼 곳을 찾아다녔는데 마음에 든 집이 그랬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큰길 쪽은 아래채가 성벽처럼 둘러쳐져 있고 대문은 일부러 숨겨둔 것처럼 좁다란 골목 안쪽에 나 있었다. 집 내부가 다른 사람에게 전연 들여다보이지 않고 집안에서도 바깥이 전연 보이지 않아 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