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혹은 눈물 / 박월수 신혼시절, 내게는 말 잘 듣는 세탁기 '예예'가 있었다. 그전까지와는 달리 전자동으로 만들어져 동작단추만 눌러 놓으면 저 혼자 빨래를 했다. 하지만 거기엔 치명적이 결함이 있었다. 전원 단추가 포함된 계기판은 습기에는 무방비 상태였다. 세탁실이 따로 없는 탓에 세면장 습기를 뒤집어 쓴 '예예'는 차츰 말을 듣지 않더니 얼마 못가 중병이 들었다. 몸에도 물기가 차면 마음에 한기가 들고 나중엔 앓아눕게 된다는 걸 그 무렵 알게 되었다. 겉만 번듯하고 속은 허술한 이국풍의 집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집을 한 번 보고 대번에 전세를 들었다. 마주 보이는 언덕에 유채꽃이 살가운 봄볕을 이고 푸지게 피어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날마다 봄날일 것 같았다. 나는 차이코프스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