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달팽이 김수우 늙은 달팽이들이 버스에 오른다 매달린 집도 삐딱하니 늙었다 공동어시장 충무동 새벽시장 자갈치시장, 남항(南港)의 비린 터널을 통과하는 30번 버스 안 닳은 관절로 끌고 온 검은 봉지들 비릿한 아침을 물컥물컥 쏟아낸다 온몸 발이 되어 엉금엉금 경사진 하늘을 끌고 가는 비린 몸뻬들 수직을 잊은 지 오래 하지만 쥐라기의 사랑을 잊지 않았으니 비늘로 된 집을 지고 초록 신호등을 매일 기다리면서 시계집 정확당 철물점 대성건재 명성약국 차례로 지나면서 낯익은 지옥도 낯선 천국도 허공처럼 걸어 구부러지고 또 구부러진 몸 한 번도 배우지 못한 하늘의 섭리를 국밥처럼 먹는 떠난 자식 잊힌 안부를 슬리퍼처럼 끄는 저 수학적 기울기 비릿한 점액질에 묻어나는 비밀, 투명하다 무수한 찰나를 미끄러져 우리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