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소리꾼 / 류영택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마을은 아직도 옛날식으로 초상을 치르는 집이 많다. 그러다보니 계원 누구 중 집안에 초상이 났다하면 만사를 제쳐두고 상여를 매주러 가야만 한다. 초등학교동창 중 몇몇 뜻있는 친구들이 주축이 되어 계를 모았다. 처음 계를 모을 때 친구 간에 우의를 도모하자며 거창하게 졸업 기수를 따서 P동기회란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뜻은 퇴색되고 언젠가부터 두 달에 한번 씩 모이던 모임이 한 달에 한두 번 상가 집에서 얼굴을 봐야 하는 상여 메는 계로 모양새가 바뀌어 버렸다. 오늘도 부친상을 당한 계원의 상여를 메주기 위해 모였다. 계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상여가 떠날 시간을 기다렸다. 이 시간이면 상여가 떠날 때가 됐는데도 아무런 기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