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박종희 알맹이를 빼먹어 속이 빈 소라껍데기가 어항 속에 있다. 쫄깃쫄깃한 소라 살을 빼 먹고 나니, 그 큰 소리는 속이 비어 빈집이다. 내장까지 모두 비운 소라껍데기를 씻어 어항 속에 넣어 두었더니 파도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한 때는 바다에서, 바다가 키워주는 대로 짠 소금물을 받아먹으며 늙어 갈 것이라 생각했던 소라가, 이젠 어항 속 금붕어들의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몇 해 전에 남편이 어릴 때 살았던 집에 갔었따. 생전에 아버님이 많이 아꼈던 집이라 남편은 늘 그 집을 다시 사고 싶다고 했었다. 터가 좋아 그 집으로 이사한 후 돈도 모으고 집안일이 잘 풀렸다고 했던 집은, 남편이 떠나온 후 30여 년이나 지나 앙상하게 뼈만 남아 널브러져 있었다.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라곤 전혀 없는 빈집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