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이은희 폐타이어가 보기 좋게 버려졌다. 아니 그의 재탄생인가. 그 말의 뉘앙스를 수긍할 수 없는지 타이어는 반기를 든다. '버려진 듯 집 지키는 노구로 전락했거늘, 무엇이 재탄생이냐,'고 빈정거린다. 하지만 난 '제 눈에 안경 아니냐.'고 얼버무리며 말꼬리를 흐린다. 홀로 집을 지키는 칠순이 넘은 친정아버지 얼굴이 떠올라서다. 아무튼 난 폐타이어가 연출된 한 상점 앞에서 시선이 고정되었다. 상점과 보도를 가르는 경계지점, 그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얼기설기 엮어 놓은 울타리다. 담으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적어도 속도를 잊은 채 구석에 버려진 폐타이어의 모습은 아니었다. 타이어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다. 소중한 생명인 속도를 잃어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팔과 다리격인 돌기도 닳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