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황 진 숙 내 입술과 네 입술이 맞닿는다. 딱딱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보드라운 감촉이 좋다. 네 입술을 타고 넘어오는 촉촉함에 가슴 속이 차오르고, 주저리주저리 말하지 않아도 전해오는 온기에 따스해진다. 네 도톰한 입술과 밍밍한 몸이 너와 나를 잇대어준다. 스며드는 커피의 향긋함과 달달함은 세상사에 부딪친 모난 마음을 위로해 준다. 손끝을 감도는 가벼움은 버거운 일상의 무거움을 어루만진다.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밀도는 성찰의 결과인가. 원형의 심상인가. 알량한 자존심으로 움켜쥐고 패대기치려 할 때 여리지만 탄탄함으로 버티는 너. 습기에 휘둘려 눅눅해지고 구겨질지언정 감내하는 깜냥은 우직하다. 손안에 밀착되는 찬기와 온기의 생생함에 무기력한 순간들은 환기되고 격정의 소용돌이는 가라앉는다. 무수한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