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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의 독백

에세이향기 2021. 8. 29. 13:59

  바퀴의 독백

 

        -물방울에도 상처가 있다
               김자희 시인의 두번째 시집을 축하하며

 

 

나는, 한세상 길 엿보는 바퀴라오
애초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알몸으로 태어난 목숨
천길 벼랑에서 아픔 달래고 발버둥칠수록
새벽빛 멀어진 날 참으로 많았다오
모질고 모진 길 끌고 다닌  몸뚱이
지문 허물어지고 누추해졌다 해도
가엾다 말하지 마시오
얼룩진 生생 밀어올린 부레옥잠 그 꽃길
제 살갗 찢고 보랏빛 꽃등 밀어올린
가시연 그 꽃길
눈물겨워 더 아름다운 내 길이었다오
물방울에도 상처가 생기듯
내게 상처 더께로 앉았지만
어딘가에 숨겨둔 연한 피 끌어올리는
사월의 숲 그 뜨거운 봄길로 나아가려오
더러는 겨울같은 인생길일지라도
바싹 마른 겨울담 움켜쥔 담쟁이처럼
앞으로 나아갈 시간 기다리는, 나는
세상길 호시탐탐 노리는 푸른 바퀴라오

 

 

 

 

 

 

 


김자희 시인의 두번째 시집입니다. 오십이라는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몸의 반쪽 신경을 잃었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산
세월이 이십여년이 흘렀습니다. 오른쪽손만으로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글씨도 쓰지만 어느것 하나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고통으로 얼룩졌으나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살아온 인생.
그것은 바퀴의 인생길입니다. 허물어지고 누추해진 바퀴이나
꽃을 피워왔고 여전히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하여 전진하는,

푸른 바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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