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달 / 권현숙 아파트 그림자에 갇혀 웅크렸던 누옥이 기지개를 켠다. 잎샘 꽃샘 다 물러가도록 쉬지 못한 내복들 채 헹궈지지 않는 독거의 냄새를 풍기며 사월의 볕살 아래 나른하게 흔들린다. 급변하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버티기가 어디 쉬울까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던 이웃들 하나 둘 아파트 숲으로 떠나버리고 외딴 섬으로 남은 누옥의 주인장 끓여댔을 가슴속 켜켜이 쌓인 외로움을, 재롱스런 푸성귀들이 얼마쯤은 달래주기도 하려나. 빛이 밝을수록 속속들이 들여다보이는 남루 새것과 낡은 것의 극명한 대비 도드라지는 경계를 지우려 텃밭은 점점 더 푸르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