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숟가락 ㅡ이사라(1953~). 식탁 위에 놓인 밥숟가락이 한 덩이씩 생을 담고 나를 기다려요 아주 조그만 한 입의 생은 제 목이 멜 때까지 나를 기다려줘요 차지게 서로 뭉치면서 사는 밥알들처럼 세상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반쯤 둥글게 몸을 웅크리며 나는 살아가요 밥숟가락 안의 생은 모든 것을 반원이거나 둥글게 만들죠 한 덩이씩의 생이 어쩌다가 움푹 파인 구덩이에서 잘못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죠 하나씩 밥술 놓고 떠나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도 밥숟가락은 나를 기다려줘요 (…) 그래요 밥숟가락이 봉분이 되고 당신들 무덤이 세상의 밥숟가락이 되어 나를 기다려줘요 ■ 밥숟가락은 생명의 알레고리. 세상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있는 것도 밥이 경전이기 때문. 또한 시인은 밥숟가락에 소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