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없이 삼월 봄도 없이 삼월 김병호 사람이 사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무릎보다 낮은 반지하 쪽창에 핀, 손바닥만 한 보행기 신발과 앞코 해진 운동화 봄빛을 모아 출렁이는 두 켤레 꽃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봄도 없이 그 앞을 지나던 수백의 연분홍 맨발들도 한 번씩 발을 넣어보겠습니다 얼굴 없는 걸음들이 지나칠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햇살 미끄러지는 아이의 잠을 덮겠습니다 봄이 혼자만 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햇살에 힘줄이 돋습니다 ―김병호(1971~ ) 둘러보니 벌써 서울에도 매화꽃 만발했습니다만 가만 서서 웃으며 바라볼 여유는 없습니다. 꽃 얘기, 봄 소식 맘 놓고 나누지도 못하는 삼월입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올해처럼 실감하기도 처음입니다. 가난한 골목에는 반지하의 삶들이 어김없이 있습니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