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박시윤 땅 끝에 와 있다. 물결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바다 앞에 아이를 안고 섰다. 바알갛게 부서져 내리는 노을이 아이와 나의 얼굴을 물들이고 있다. 해는 수평선 끝에서야 비로소 마지막 한계를 불살라 놓고 유유히 사라진다. 묽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건물과 산들이 엷은 실루엣을 드러내고, 틈틈이 비워진 공간마다 어둠을 채워나간다. 해넘이가 끝난 사방천지는 어둡고 싸늘하다. 끝을 본 전쟁터의 뒷날처럼 숨죽인 채 어떤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는다.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자연의 섭리 속에 파도 소리만이 가슴으로 자작이 흘러든다. 모래밭에 다다라서야 조각조각 깨어져 생을 마감하는 파도의 눈물은 가슴으로 쓰디쓴 눈물을 삼켜보지 않은 이는 알지 못하리라. 아이를 품에 꼬옥 안고 바람을 맞는다. 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