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 / 김영미 현관 계단 끝에 검정 봉지 하나가 놓여 있다. 봉지에는 이름도 성도 없지만 나는 누가 갖다 놓았는지 알 수 있다. 안에 담긴 것도 반갑지만 봉지 주인의 안녕을 확인했기에 마음이 놓인다. 우리는 이렇게 봉지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읽는다. 봉지 안에는 봄빛을 겨우 받은 어린 쑥이 한 줌이다. 옆에는 깨끗이 다듬은 달래 한 움큼이 곁들여져 있다. 그대로 냄비에 들이기 좋을 만큼 단정한 모습이다. 봄이라 향기 머금은 그것들을 애써 장만하신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우리 집에서 보면 어머니가 사시는 마당이 보인다. 지척이라도 문 꼭꼭 닫고 들어앉으면 백리도 넘는 거리다. 어머니가 홀로 계시는 마당을 내다보며 밤새 걱정이고 궁금하다. 이렇게 다녀가신 흔적을 봐야 마음 귀퉁이 짐을 내려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