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테크닉이 아니다 올해가 사흘 남았다. 지진과 해일이 남아시아를 휘덮어 수만명을 검불같이 끌고 가고 멀쩡하게 파안대소하던 사람이 배 속에 암세포가 가득 찼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래도 아침해는 잔인할 만큼 무심하게 떠오르고 앞산도 태연하게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새삼 사람의 무력이 실감나는 연말이다. 해는 사흘 뒤에도 분명 똑같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이미 낯설고 새로운 2005년의 해일 터이니 올해의 남은 사흘을 안타깝게 부둥켜안지 않을 수 없다. 뭘 할까 궁리하다 나는 결국 피같이 아까운 이 시간을 청소에 쓰기로 작정한다. 군사정부 시절 징역살이를 경험한 소설가 송기원 선생의 말 중 잊지 못하는 대목이 있다. "감방을 새로 옮겨가면 통 정이 안 붙는단 말이야. 그러면 한구석에 놓인 변기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