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흔적
김현희
죽은 것들과 친분이 두터운
소금의 용도는 살아 있는 기를 삭제하는 것
생살을 파고든 염분에 미꾸라지가 은신처의 내력을 발설한다
짜지 않게 싱겁지 않게 소금의 모서리를 껴안은
생선과 채소와 밑반찬
소금 앞에 엎드린 처세술로 수명을 연장한다
짠맛이 들어가야 싱겁지 않은 인생
이자겸의 굴비淈非*,
쉽게 부서지는 비굴이 뒤집힌 짭짤하고 쫀득한 맛이다
모든 간의 배후에는 소금이 있다
짜고 쓴맛으로 끝난 첫사랑, 다음 사랑에 적당한 간을 맞춘다
싱거우면 위험하다
항아리 속 부글거림과 착한남자의 우유부단에 소금이 개입한다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사람 몸속의 소금
싼 맛에 고용된 일용직근로자 늘 소금기에 절어있다
무거운 등짐에 흘린 소금의 흔적이
검은 옷에 하얀꽃을 피운다
염전이 문을 닫는 시간
빛바랜 바다가 인광처럼 빛을 낸다
* 영광으로 유배된 이자겸이 영광법성포의 건조시킨 참조기 맛에 반해 인종에게 진상하며 귀양살이를 하고 있지만 비굴하지 않겠다는 뜻의 굴비淈非로 이름을 붙인데서 굴비라는 이름이 유래됨.
『시와 소금』2013년 ‘소금 시’
사진<네이버 포토갤러리>chocong2001(chocong2001)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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