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라는 새/조선의-
하늘이 잘 보이도록 머리를 내밀었다
몸속에 감춘 길은 한낮 궤적일 뿐
스스로 고립될 때까지 수많은 기착지를 떠나와야 했다
밤에 어울리는 어둠은 새 떼의 체온으로 스며들고
발길질에 걷어차인 돌에 날개가 돋아났다
목구멍 깊이 멈춘 숨소리들은
서슬 푸른 뼛속까지 잠을 가둔 채
수천 년을 밤으로 귀결시켰다
나는 가끔 헛발질하는 탓에 날기를 포기했지만
살다가 놓친 것들이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방향도 없이 허공의 입김으로 사라진
새들은 바람의 경전을 따랐다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것들의 문맹(文盲)
식욕은 살아 있어야 누리는 특권인가
천년을 먹지 않아도 살아있는 것이 있을진대
시시한 충격으로는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물컹거리는 것은 밖의 일이라 생각했지만
살점이 떨어져 나뒹굴도록 부딪치면 깨지는 법부터 깨달아야 했다
눈치 채지 못한 곳마다 새들이 날았고
일부 공중에서 떨어진 운석이 웅웅거렸다
오래된 기도처럼 움켜쥔 불안은 비옥한 어둠을 떠돌고
아무리 까치발을 들어 올려도 돌은 묵직했다
후끈 달궈졌다 차갑게 식어버린 오랜 침묵
직립을 대신해서 날아가는 새들은
걸음이 너무 조용하여 어떤 길에서도 부재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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