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김치 사설(辭設)
홍윤숙
묵은 김치독을 부시다가
그것들이 탄식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게도 푸른 시퍼렇게 잎이며 줄기
창태같이 푸르던 날 들이 있었더니라
그빳빳하던 사지를 소금에 절이고 절여
인고와 시련의 고추가루 버무리고
사링과 파, 마늘 양념으로
뼈까지 녹여 일생을 마쳤다.
타고난 목숨의 이유대로
이제 창창하던 살과 뼈 다내주고
몇 가닥 뭉크러진 찌꺼기
상한 속으로 남아 오물을 버려진다.
이로써 한 몫.. 한 생을 완성한다.
남은 길 오물로 버려질
쓰레기 한 점
파먹고 버릴 겨울 묵은김치야
한없다.
홍윤숙
묵은 김치독을 부시다가
그것들이 탄식하는 소리를 들었다.
내게도 푸른 시퍼렇게 잎이며 줄기
창태같이 푸르던 날 들이 있었더니라
그빳빳하던 사지를 소금에 절이고 절여
인고와 시련의 고추가루 버무리고
사링과 파, 마늘 양념으로
뼈까지 녹여 일생을 마쳤다.
타고난 목숨의 이유대로
이제 창창하던 살과 뼈 다내주고
몇 가닥 뭉크러진 찌꺼기
상한 속으로 남아 오물을 버려진다.
이로써 한 몫.. 한 생을 완성한다.
남은 길 오물로 버려질
쓰레기 한 점
파먹고 버릴 겨울 묵은김치야
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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