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연지
권현숙(수필가)
hsh89-1216@hanmail.net
장맛비의 행짜에 키를 잃어버린 연잎들
까치발로 버티느라 헉헉 숨이 차다.
작달비의 독한 매질을 용케도 잘 견뎠는데
긴 불땡볕의 시간을 또 건너야 한다.
코로나 시국에 지쳐가는 사람들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뿌리없는 말들은
장마철 개구리밥처럼 무성하게 증식하고
바닥난 인내심에 진창이 되어가는 가슴은
연신 한숨만 피워낸다.
사나운 날들이라고 맥없이 시들부들
마냥 처져 내릴 수만은 없는 일
가만히 숨을 고르고 발부리에 힘을 모아
푸른 시간을 다시 피워올려야 한다.
고단한 계절을 지나면서도
꼿꼿하고 청아한 자태를 잃지 않는 연처럼
잘 견디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푸른 믿음을
둥글둥글 펼쳐보여야 하리.
곱고 향기로운 꽃등
환하게 켜들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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