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소개서 / 이예연
빗방울은 등에 지고 땀방울은 지르밟아
가락시장 삼십여 년 공손히 함께해온
온몸에 보푸라기가 훈장으로 매달린 너
골 깊은 허기에도 비상구 없던 외길
숱하게 부대낀 날 짐받이에 걸어두고
힘차게 달리고 와서 숨 고르는 발동무
쭈글해진 두 바퀴에 기운을 넣어주고
다른 데는 괜찮냐고, 아픈 데는 없느냐고
페달과 늑골사이에 더운 손길 얹는다
청지기 받침대가 남은 하루 받쳐 들면
윤나는 안장위에 걸터앉은 가을 햇살
소담한 너울가지를 체인 위에 감는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솟구쳐오르기/김승희 (1) | 2023.03.27 |
---|---|
칠월의 연지 /권현숙 (0) | 2023.03.17 |
묵은 김치 사설(辭設) /홍윤숙 (2) | 2023.03.14 |
배추는 다섯 번을 죽어서야 김치가 된다 (0) | 2023.03.14 |
돌이라는 새/조선의 (0) | 2023.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