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의 동화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부는 바람 따라 길 떠나겠네 가다가 찔레꽃 향기라도 스며오면 들판이든지 진흙땅이든지 그 자리에 서까래 없는 띠집을 짓겠네 거기에서 어쩌다 아지랑이같은 여자 만나면 그 여자와 푸성귀같은 사랑 나누겠네 푸성귀같은 사랑 익어서 보름이고 한 달이고 같이 잠들면 나는 햇볕 아래 풀씨같은 아이 하나 얻겠네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내 가진 부질없는 이름, 부질없는 조바심 흔들리는 의자, 아파트 문과 복도마다 사용되는 다섯 개의 열쇠를 버리겠네 발은 수채물에 담겨도 머리는 하늘을 향해 노래하겠네 슬픔이며 외로움이며를 말하지 않는 놀 아래 울음 남기고 죽은 노루는 아름답네 숫노루 만나면 등성이서라도 새끼 배고 젖은 아랫도리 말리지 않고도 푸른 잎 속에 스스로 뼈를 묻는 산노루 되어 나는 살겠네 - 이기철 -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송정란 (0) | 2021.07.13 |
---|---|
한지에 들다/정상미 (0) | 2021.07.13 |
봄도 없이 삼월/김병호 (0) | 2021.07.12 |
참 좋은 날 /박경희 (0) | 2021.07.07 |
손택수 시 모음 (0) | 2021.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