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 빗자루
김자희
베란다 그늘진 구석에
눈치만 남은 몽당 빗자루
얼마나 많은 길을
제 살 깎아 끌고 다녔는지
닳고 닳아 엉치 뼈가 보인다
허리 펴고 살아온 날이 있기나 했을까
세월의 깊은 골을 건너 헐거워진 빗자루
매듭 풀린 제 몸에 둘레길 내고
바람 들여앉혔다
긴 밤 잔기침에 무거워진 눈꺼풀
그리움 보다 더 단단한 뼈대로
문득 걸어온 길 뒤돌아본다.
그늘 고인 틈과 틈
허리 접어 구석구석 쓸던 빗자루
저녁노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해질녘 숨어드는 바람처럼
아직 떠나지 못한 기억들
세월의 이끼가 너무 두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