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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업 / 최태랑

에세이향기 2022. 1. 22. 10:16

세업 / 최태랑

 

 

 

 

 

아버지의 몸에서 언제나 돌 깨는 소리가 났다

그 차디찬 돌에도 뜨거운 피가 흐르는지

쩡쩡, 손끝에서 불꽃이 일었다

 

눈이 밝은 아버지, 돌 속에 숨은 거북이도 꺼내시고

사자, 호랑이도 불러냈다

먼지 푸석이는 소리로 밥을 짓던 아버지

열손가락을 다 버리시더니

돌을 반죽하기까지 칠십 년이 걸렸다

열 개의 지문을 다 핥아먹고

돌덩이들은 비로소 몸을 열어주었다

 

돌의 혈관을 찾고 심장을 찾아

숨을 터주는 것을 천직이라고 믿으셨을까

막힌 혈을 찾아 엎드린 아버지

새벽잠을 털고 일어설 때면 소리도 함께 일어섰다

 

한 자 한 자 각을 세운 비문의 이름들

어느새 묘비는 이끼가 끼고

어디론가 엉금엉금 기어간 거북이들은

어느 정원에 탑이 되어 앉아있을 것이다

 

평생 남의 이름만 쓰다가

당신 이름 석 자도 새기지 못하고 쓰러진 아버지

처음으로 뒷동산으로 나들이를 가시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석수장이 아들이란 말에서 멀리 도망쳤던 나는

뒤늦게 손때 묻은 정을 들어

맨 처음 아버지 이름을 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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