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
서정임
그동안 틈만 나면 떡살을 얹어 온
대를 잇는 떡집이다
비 오는 날 거대한 떡이 익어가는 김이 오른다
먼 백악기부터 공룡들과 따개비와
고속도로를 달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갯강구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시간을 사서 들고가는 저 오래된 떡집
떡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는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를 읽는다
차마 멀리 썰물에 쓸려 보내지 못한 채
한 알 한 알 알갱이로 가슴에 박힌 사연을
켜켜이 쌓아둔
그리하여 끝끝내 변산반도(邊山半島)에서
떡시루에 김 모락모락 피워 올리는
그 뼈아픈 회한을 읽는다
두 팔 걷어 올리고
오늘도 거대한 시루에 떡살을 안치는
누군가의 손길이 바쁘다
[감상]
채석강에 가면 누천만년의 시간이 쌓아올린
떡시루 같은 거대한 바위의 결을 만난다.
바람과 파도와 시간의 합작품에
무수히 밟고 지나간 발자국의 사연까지 고명으로 얹힌
참 오래된 떡집을 만날 수 있다.
오늘도 변산반도 끝자락에서 떡살을 안치는
어머니의 시린 손길을 읽는다. (양현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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