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을 꿰다
조경희
아침부터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나는 구슬을 꿰기 시작한다
둥근 상심들을
모조리 한 곳에 끼우고 있는 시간
처마 끝을 타고 똑똑 떨어지는 투명한 구슬들은
무슨 상심이 그리 많은 지
꿰어도 꿰어도 끝이 없다
한알 두알 구슬은 무게를 더해가는데
비는 좀처럼 그칠 줄 모르고
툭,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는지 저절로 실이 끊어진다
도르르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구슬들
저것들을 다시 꿰어야하는 일상들이
장롱 밑으로 숨는다.
[감상]
부질없는 걱정을 달고 사는 것이
어쩌면 삶인지도 모르겠다
처마 끝에 내리는 빗방울을 보면서도
구슬을 꿰듯 걱정을 한데 모은다
이런 저런 걱정과 근심으로 생각이 깊은 사이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그 무게를 차마 감당하지 못해
툭 끊어지는 저 일상의 실타래는 또 어찌할까
(양현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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