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말뚝
마경덕
지루한 생이다. 뿌리를 버리고 다시 몸통만으로 일어서다니,
한 자리에 붙박인 평생의 울분을
누가 밧줄로 묶는가
죽어도 나무는 나무
갈매기 한 마리 말뚝에 비린 주둥이를 닦는다
생전에
새들의 의자노릇이나 하면서 살아온 내력이 전부였다
품어 기른 새들마저 허공의 것,
아무것도 묶어두지 못했다
떠나가는 뒤통수나 보면서 또 외발로 늙어갈 것이다
-시집 『글로브 중독자』 중에서
[감상]
한 그루 나무말뚝으로 늙어가는 생을 읽는다
푸른 그늘 드리울 때는
새들의 놀이터가 되고 쉼터가 되었지만
날개달린 것들이란 훨훨 허공으로 날아가면 그뿐
더 이상 내줄 것도 없는 늘그막,
그래도 몸통만으로 일어서서
주어진 숙명이듯 밧줄에 몸을 건다
그게 인생이다 (양현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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