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평 /심승혁
수평을 잃은 구름의 노래를 듣는다
기울어진 한쪽 귀가 열리고
반대쪽 귀가 닫히는 순간이 생긴다
때때로 빠져나가지 못한 아픈 노래가
가슴 안을 잠잠히 맴돌아 울기도 한다
우산을 든 어깨가 조금씩 처지고
가벼워진 반대편으로 비가 떨어진다
따가운 비의 말들이 움푹 웅덩이를 만들고
고인 무게만큼 다시 수평이 찰랑댄다
가끔 기울어지는 일이 생기고
수평을 잃은 중심으로 살 때가 있다
사람의 말이 이프게 할퀴고 지나간 후
새 살이 돋아나는 시간을 살 때가 있다
딱지가 생기는 동안의 가려움을 긁으러
비가 오면 시소를 타야 할 때가 있다
수평은 한쪽을 긁거나 채워 중심을 세우는 것
우산 밑을 뒹구는 아픈 말들이
오르락내리락 구름의 노래를 부른다
다가왔다가 저만치 멀어지는
수평을 찾느라 흠뻑 젖는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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