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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평 /심승혁

에세이향기 2022. 12. 10. 05:37

비, 평 /심승혁

수평을 잃은 구름의 노래를 듣는다

기울어진 한쪽 귀가 열리고

반대쪽 귀가 닫히는 순간이 생긴다

때때로 빠져나가지 못한 아픈 노래가

가슴 안을 잠잠히 맴돌아 울기도 한다

우산을 든 어깨가 조금씩 처지고

가벼워진 반대편으로 비가 떨어진다

따가운 비의 말들이 움푹 웅덩이를 만들고

고인 무게만큼 다시 수평이 찰랑댄다

가끔 기울어지는 일이 생기고

수평을 잃은 중심으로 살 때가 있다

사람의 말이 이프게 할퀴고 지나간 후

새 살이 돋아나는 시간을 살 때가 있다

딱지가 생기는 동안의 가려움을 긁으러

비가 오면 시소를 타야 할 때가 있다

수평은 한쪽을 긁거나 채워 중심을 세우는 것

우산 밑을 뒹구는 아픈 말들이

오르락내리락 구름의 노래를 부른다

다가왔다가 저만치 멀어지는

수평을 찾느라 흠뻑 젖는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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