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팡눈의 사내/ 김진진 그를 처음 보았을 때는 마치 된장 밑에서 오래 묵었다가 금방 꺼낸 무장아찌처럼 검고 찌글찌글한 그런 느낌의 사내였다. 변변찮은 산골 오지에서 그저 손바닥만 한 땅뙈기나 일구다가 어느 날 불쑥 도심 한복판에 출현한 무지렁이 촌부와 똑같았다. 둥근 테가 넓게 돌아간 낡아빠진 카키색 모자의 그늘 밑으로 움푹 주저앉은 두 눈은 이상스런 광채를 품고 있는 듯해서 심연의 이끼처럼 검푸르고 칙칙했다. 그 눈은 주먹만한 얼굴 위로 무지막지하게 뛰어나온 광대뼈 때문에 더욱 작고 깊게 가라앉아보였다. 눈과 마찬가지로 폭삭 꺼져 내린 양 뺨 사이로 우묵하게 말려들어간 입술은 영락없이 꾀죄죄한 노인의 행색이었다. 중키도 못되는 바짝 마른 몸매의 이 사내는 대체 몇 살이나 되었을까?'완전히 깜씨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