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포
격포 / 고운기격포라 찾아왔네 십년 만이든가來蘇寺 단풍 곱기도 했는데철없던 계집애들 여관집 밥 먹고차 한 잔 마신다고 몰려갔던 다방사람 드문 바닷가 거기 정담다방나이 든 여자 하나 하품만 하고 있었지십년 세월 깜박했네 어느새든가來蘇寺 단풍 아직 철 이른데어디였는지 정담다방 찾을 길 없고정답던 얘기만 허공 중에 떴겠구나콩국수 말아 먹는 여자 하나입에 든 것 삼키지도 않고“없어졌제라, 칠 년도 넘괐그만그 동안 한 번도 안 왔다요…….”서둘러 자리 뜨는 뒤통수만 가려웠다네.- 고운기,『섬강 그늘』(고려원, 1995)격포 / 송유미미선나무 등걸에 기대어 속을 다 뒤집고 가는파랑주의보, 허리가 휜 뒷모습 바라본다.양철구름은 나뭇가지에 걸려 뒤뚱거린다.방파제 뒤웅박 안에 든 촛불은 시나브로 혼을 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