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밤 / 최 태 준 형수가 세상을 떠나던 날 밤, 나는 영안실에서 혹시 늦게라도 찾아올 문상객이 있을까 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형이 일찍 세상을 떠나 형수는 스무 해 남짓 혼자 살아왔었다. 조카들은 영정실을 지키며 눈물을 삼켰고, 나는 접객실에서 차츰 자라나는 슬픔을 매만졌다. 문상객이 뜸해질 무렵, 낯익은 중년부부가 영안실의 마루에 올라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반가움과 함께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영정 앞에 예를 차린 후 내가 있는 방으로 건너왔다. 나는 두 사람을 맞아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오래 뵙지 못한 이모의 돌연한 별세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여인은 바로 내 추억 속의 인물이었다. 그녀를 마주 대하자 나는 그녀가 소녀로부터 긴 세월을 달려와 내 앞에 멈춰 섰다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