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2024/06/30 6

가운뎃점(·) 키보드로 찍는 방법

가운뎃점(·)가운뎃점은 문장부호 '·'의 이름으로 중점, 중간점, 가운데점으로도 부르기도 합니다. 가운뎃점은 어구들을 열거할 때 일정한 기준으로 묶어서 나타내거나 짝을 이루는 어구 사이,공통 성분을 줄여서 하나의 어구로 묶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또는 특별한 의미 있는 날짜에 월과 일을 나타내는 숫자 사이에도 쓸 수 있습니다. 이제 가운뎃점 입력 방법들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1. Alt + 1 8 3키보드로 가장 쉽고 빠르게 가운뎃점을 찍는 방법입니다.  Alt를 누른 채로 넘버패드에서 1, 8, 3 을 순서대로 눌러주시면 바로 · 중간점이 생깁니다.(꼭 오른쪽의 넘버패드에서 눌러주세요!)인터넷 창 뿐만 아니라 한글, 워드, 엑셀 프로그램에서도 활용 가능합니다.혹시 안된다면 Num Lock 표시에 불이..

우리말 2024.06.30

장롱 속의 질서장 / 이정화

장롱 속의 질서장 / 이정화  저 멀리서 쏜살같이 그분이 오신다. 만사를 제쳐놓고 서둘러 종이와 연필을 찾지만 불현 듯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지금 붙잡지 않으면 잽싸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모래와 같다. 일단 흘려버리면 되찾으려 해도 소용없다. 순간을 붙잡는 것만이 상책이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것을 기다리며 머리맡에도, 책상 위에도, 가방 안에도, 손이 닿는 곳에는 메모장을 놓아둔다. 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문장머리를 간신히 잡아들고 어싯비싯 하다보면 몸통은 떨어져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잊을세라 허리 깍지 끼듯 문장을 곱씹어가며 받아쓰다보면, 어이없게도 뒷부분은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날아간다. 찾을 수가 없다. 이미지 언저리에서 헤매며 멀리 달아나 버린 글맥이 무엇이었을..

좋은 수필 2024.06.30

목탄화 속으로 / 이상수

목탄화 속으로 / 이상수 가로등이 하나둘 목련처럼 피어난다. 어스름이 발묵하는 시간, 먼 산이 먹빛에 잠기고 들녘은 천천히 지워진다. 사각의 창문마다 둥근 불빛이 내걸리면 저녁의 품속으로 사람들이 귀가한다. 해가 넘어가는 이맘때쯤이면 영문을 알 수 없는 고독이 밀려온다.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계피처럼 아릿하여 멀미하듯 거리를 표류한다.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과 낯익은 상점이며 형형색색의 간판들. 타인 틈에 섞이면 마술처럼 슬몃 내가 사라짐을 느낀다. 그 가만한 스러짐이 좋아 어둠의 발치에 혼자 서 있을 때가 많다. 프랑스에서는 해질녘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한다. 사물의 윤곽이 희미해져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이란 뜻이다. 이쪽도 아니고 저..

좋은 수필 2024.06.30

시금치 한 소쿠리/공순해

시금치 한 소쿠리/공순해 아는 분이 한 소쿠리 되는 시금치를 나눠줬다. 시장 물건이 아닌 야생 시금치라고 보물 건네듯 은밀히. 2월도 안 된 날씨에 스캐짓 밸리 그 추운 벌판에 가서 캐 온 것이라니 하긴 보통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니 시금치 꼴이 꾀죄죄하다. 채도 짧고 캐 온 시간이 지났는지 빛깔도 새들거려 볼품이 없다.  게다 난 부엌일을 하지 않는다. 부엌이 없기 때문이다. 하긴 부엌일 하지 않는 사람이 나뿐이랴. 미국 주부 중엔 부엌을 두고도 집에서 요리 안 하는 여자들이 꽤 된다고 한다. 그들은 직장에서 일이 끝나면 어느 곳에 가서 저녁을 해결할까, 인터넷을 뒤진단다. 나야 그들과는 경우가 다르다, 며느리에게 부엌을 내준 탓이다. 일단 물려준 공간은 그 애 소관이다. 한 공간에 주인이 둘..

좋은 수필 2024.06.30

서까래 / 김광영

서까래 / 김광영  가끔 나의 존재를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관공서에서 나랏일한 공적도 없고 기업체를 이루어 사원을 먹여 살린 공덕도 없고, 더구나 후배 양성할 자격도 갖추지 못했기에 내세울 게 없다. 단지 자영업으로 내 가족 건사한 것뿐인데 그마저도 접고 있으니 삶의 의미가 사라진 듯하다. 애완견과 화초를 키우며 자연에 묻혀 지내다 문득 선방 요사채를 불사할 때의 일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사찰의 원주보살 소임을 맡고 있었다. 대선사께서 수행하시던 선원에 불사가 시작되자 신도들의 열성은 불같이 일어났다. 대들보는 오백만 원, 기둥은 삼백만 원, 문짝과 상방, 중방, 하방, 값은 일백만 원, 도리 값은 오십만 원이었다. 그에 비해 천정을 바치고 있는 서까래 값은 십만 원으로 매겨졌다. 차전놀이에서 장수를..

좋은 수필 2024.06.30

목변석(木變石) / 정여송

목변석(木變石) / 정여송      몇 천만 년이 아롱져 있다. 침묵이 두껍게 흐를 뿐 어느 한 곳에서도 느슨함이나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장구한 세월이 농축된 만큼 단단함의 서슬이 빛을 낸다. 멀리서 볼 땐 영락없는 나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돌덩이다. 손으로 만져본다. 차다. 생각에 잠겨 응시하면 어떤 덩어리의 형체가 다가오고 또 생각을 내려놓고 바라보면 텅 빈 공간으로 펼쳐진다. 경북 영덕을 지나 강구라는 곳. 경치 좋은 해변 도로의 휴게소 같은,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그것들이 모여 있었다. 규화목이다. 광물화된 나무의 유체(遺體). 미라. 제2전시실에는 그것들의 속내를 발가벗기기라도 할 듯이 단면을 매끄럽게 가공하여 전시해 놓았다. 표면에는 쌓인 시간이 눌려져 있고 발자취가 그려져 있으며 기..

좋은 수필 202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