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박시윤 봄같이 따스한 날이다. 꽁꽁 얼었던 수도가 녹고 잔뜩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켠다. 할머니가 아침 일찍 방문을 열어젖히신다. 모처럼 맞는 휴일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으나 대청소를 하자는 말씀에 못 이기는 척 걸레부터 집어 든다. 손부인 내게 걸레가 쥐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걸레를 물에 텀벙 던져 넣는다. 비틀린 채 바싹 건조된 걸레는 물을 뒤집어쓰고서야 움츠린 몸을 푼다. 푸른 추억을 더듬기라도 하듯 원래의 제 모습으로 풀어지는 걸레다. 뽀얀 빛깔과 가녀린 고름이 제법 앙증맞다. 쳐다보는 내내 물처럼 맑은 미소가 걸레 위로 떨어진다. 하늘하늘 잘도 풀어져 느낌마저 보드랍다. 욕조 속에서 여린 몸을 드러내고서 첨벙첨벙 조심스레 물길 질을 하는 아이의 모습 같다. 잔잔한 미소가 얼굴에 번질 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