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종霧鐘 조옥상 새벽이면 세상의 아버지들은 바다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짭조름한 바람에 아침 햇살이 반짝이면 부두에 매여 있던 배들도 뚜우뚜우 뱃고동 소리를 내며 출항을 서두른다. 세상물살에 등 떠밀리듯 떠내려가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갯벌처럼 질척인다. 언 손을 비비며 고향 하늘을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향수를 헤아려 주듯 바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가슴을 후린다. 장지문으로 새어나오던 아버지의 한숨이 자식들의 귓전을 맴돌다 스러졌다. 마당에서 두엄더미를 해작거리던 수탉 한 마리를 본 기억이 있다. 갑자기 몰려 온 구름이 비를 퍼붓자 날개 젖은 수탉은 횃대에 오르지 못하고 담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 수탉은 마치 싸움에서 패배한 패잔병 같았다. 축 처져서 푸드득거리던 아버지의 어깨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