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주우며 / 김만년 이맘때의 숲은 풍성하다. 열매들은 실팍하게 살이 오르고 다람쥐들은 겨울 양식을 모으느라 분주하다. 툭툭, 시간의 여백을 타고 알밤들이 떨어진다. 몇 알은 개울로 굴러가고 몇 알은 여뀌 풀 틈새로 숨는다. 나는 밤의 행방을 쫓아 풀섶으로 몸을 낮춘다. 반지르르 윤기 나는 놈은 금방 출타한 알밤이다. 어쩌다가 삼형제 밤이라도 만나면 횡재를 한 기분이다. 성급하게 떨어진 밤송이들도 더러 눈에 띈다. 아직 설 여물었는지 밤은 두피를 바짝 밀착시키고 완강하게 버틴다. 밤송이가 손마디를 따끔따끔 찌른다. 가시를 세우는 폼이 둘째 녀석의 모습과 흡사하다. "여보 우리도 반려견이나 한 마리 키울까. 반려견은 꼬리치는 맛이라도 있잖아." 얼마 전 퇴근 무렵 아내가 나에게 불쑥 던진 말이다. 평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