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벌레 / 박성우
소금을 파먹고 사는 벌레가 있다
머리에 흰털 수북한 벌레 한 마리가
염전 위를 기어간다 몸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염전 소금물을 일렁인다
소금이 모자랄 땐
제 눈물을 말려 먹는다는 소금벌레,
소금물에 고분고분 숨을 죽인 채
짧은 다리 분주하게 움직여
흩어진 소금을 쉬지 않고 끌어모은다
땀샘 밖으로 솟아오른 땀방울이
하얀 소금꽃 터트리며 마른다
소금밭이 아닌 길을 걸은 적 없다 일생 동안
소금만 갉아 먹다 생을 마감할 소금벌레
땡볕에 몸이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흥얼흥얼, 고무래로 소금을 긁어모으는
비금도 대산염전의 늙은 소금벌레여자,
짠물에 절여진 세월이 쪼글쪼글하다
시와 소금 이영식 소금과 시, 참 많이도 닮았다. 바닷물의 결정체가 소금이듯 시는 언어를 갈아엎어 금강을 캐놓은 것. 소금은 양념의 시작이고 시는 문학의 뿌리다. 소금 뿌려 배추를 절이듯 삶이 팍팍해질 때 시 읽어 간을 맞추고 느린 시간을 들여앉히자. 고래로 우리 몸속에 지니고 사는 소금기처럼 늘 시의 숲길 거닐어 서정의 결을 느끼자. 중국 운남성 지하에서는 염수鹽水가 샘솟는다. 그러니까 저 설산고원도 한때는 심해였다는 말인데 이 엉뚱한 비약과 반전이라니! 시적 상상력 아니고는 따라갈 도리가 없겠다. 티베트, 인도까지 실핏줄 같은 차마고도 넘어오는 소금 한 줌에 목숨 줄 대고 사는 야크를 보았는가. 고산 지하에서 퍼 올린 염수가 소금 꽃을 피워내듯 시는 높고 외로운 곳에서 홀로 천리향으로 빛난다. 소금은 출렁거렸던 파도의 위반이고 시는 중얼거렸던 언어의 배반이다. 엄정한 응결, 시와 소금은 너무나 닮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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