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서성남 팔월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여느 달보다 더 많이 모습을 바꾼다. 이른 새벽, 물꼬를 보러 들판으로 나가면 살갗에 닿는 공기가 신선하다. 새벽의 정령이 온몸을 감싸는 것 같다.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른 해는 들판의 옅은 안개를 서서히 걷어낸다. 햇빛이 퍼져 가면 밤새 쉬었던 뭇 생명의 활동이 다시 시작되는지 사방은 왕성한 기운으로 가득 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햇볕은 점점 강렬해진다. 한낮이 되면 오만한 본색을 드러낸다. 기세등등하고 의기양양하다. 제왕처럼 행세한다. 개도, 사람도 그를 피한다. 풀은 몸을 비틀며 항복하고 나뭇잎은 생기를 잃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엎드리지 않으려면 한눈팔지 않고 하루 내내 해바라기를 해야 한다. 반항은 용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