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향기

문향이 넘나드는 선방입니다

전체 글 1898

소금/황진숙

소금/황진숙 한 톨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시라. 등금장수의 등에 업혀 대동여지도에도 없는 소금 길을 냈다.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고 차마고도를 건너 처처를 누볐다. 산이라고 못 이룰까. 고무래로 밀고 당겨지며 첩첩이 산을 쌓았다. 태초부터 내려왔으니 먹지 않은 자가 없고 취하지 않은 자가 없다. 그러니까 시대를 내려온 가장 오래된 맛이다. 너른 바다를 응축한 한 알로 짠맛을 보시하며 무미건조한 세상에 간을 쳐왔다. 조미란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각을 주름잡기 위해선 어두컴컴한 구석에 내박치는 일쯤은 각오해야 한다. 주둥이가 묶인 자루 속에 갇혀 쓴맛이 빠질 때까지 지루한 시간을 견뎌낸다. 뙤약볕에 몸을 데우고 오가는 바람의 담금질로 맺힌 알갱이의 자긍심을 잊지 않기 위해, 똑똑 떨어지는 간수 소리를 경전 삼..

발표작 2023.07.17

아버지의 강/목성균

아버지의 강 목성균 아버지의 오른쪽 어깻죽지에 손바닥만한 검붉은 반점(斑點)이 있다. 그 반점은 감히 똑바로 쳐다보기조차 어려운 아버지의 완강한 힘과 권위(權威)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반점은 선천적인 것이지, 병리적인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나이 팔십이 넘도록 건강하게 사셨고, 지금은 비록 중풍 든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시고도 병객인 체를 않고 지내시는데, 나는 그 반점이 원자로의 핵처럼 당신을 지탱한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내가 아버지의 그 반점을 처음 본 것은 이 나던 해 여름, 낙동강 상류의 어느 나루터에서다. 아버지와 나는 피난을 가는 길이었다. 그때, 열네 살인 나는 산모퉁이를 돌아서 엄청난 용적(容積)으로 개활지(開豁地)를 열며 흐르는 흐린 강을 아버지의 등뒤에 움츠리고 서서..

좋은 수필 2023.07.17

요강 / 김정화

요강 / 김정화 ​ 궁둥이를 빼고 앉았다. 앞다리를 세운 새끼 호랑이가 한쪽으로 얼굴을 비틀고 빤히 쳐다본다. 등짝에 손잡이까지 달고서 커다란 입을 벌린 채 하품이라도 뿜는 시늉이다. 익살스럽지만 경박하지 않다. 소박하나 누추하지 아니하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도 않다. 왕궁터에 몸을 묻었으니 분명 귀하신 분을 모셨으리라. 아무리 지체 높은 귀족이라도 스스로 바지춤을 내리게 하는 귀물이다. 백제 남성용 소변단지 호자虎子를 만났다. 요강에는 삶의 흔적이 묻어 있다. 이제는 주로 골동품점에 자리하고 있지만 가끔 유적지 껴묻거리 속이나 박물관 유리벽에서 옛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보리 찻잔을 닮은 백제 여성용 요강은 정박한 조각배처럼 여유롭고, 조선 여인의 부장품인 명기 요강은 간장 종지마냥 앙증맞다. 한국 ..

좋은 수필 2023.07.16

손빨래/정둘시

손빨래 정둘시 아침 밥상을 다 차렸는데도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출근을 서둘러야 할 사람이 왜 이리 태평이냐고 혼잣말을 하며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린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람’ 당혹스럽게도 남편이 뒤 베란다 세탁실에서 쭈그리고 앉아 손빨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손빨래까지 할 생각을 하다니. 늦복이 터진건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발꿈치를 높이고 살며시 들여다보니, 와이셔츠 한 장을 비벼 빨고는 맑은 물이 나오도록 헹구는 중이다. 집 가까운 거래처에 출장 온 아들이 어제저녁에 벗어둔 옷이다.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빨래하는 그의 뒷모습은 정성스럽다 못해 숙연해 보인다. 바쁜 시간에 무슨 청승이냐고 재촉하려다 입을 다물고 만다. 오늘..

좋은 수필 2023.07.16

늙은 호박 / 박철영

늙은 호박 / 박철영 세상사를 말할 때는 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 홀로 꽃 피다 지고 맺힌 늙은 호박덩이 일지라도 긴 여름을 허투루 살지 않았네 삼복 지나 처서 넘은 입동까지도 지칠 줄 몰랐을 저 불 같은 성정 초겨울 서릿발 돋친 논두렁에서 넝쿨까지 마른 너를 거둬 두 동강을 낸 뒤에야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 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네

좋은 시 2023.07.16

바닥/이대흠

바닥 이 대 흠 (1967~ ) 외가가 있는 강진 미산마을 사람들은 바다와 뻘을 바닥이라고 한다 바닥에서 태어난 그곳 여자들은 널을 타고 바닥에 나가 조개를 캐고 굴을 따고 낙지를 잡는다 살아 바닥에서 널 타고 보내다 죽어 널 타고 바닥에 눕는다 바닥에서 태어난 어머니 시집올 때 질기고 끈끈한 그 바닥을 끄집고 왔다 구강포 너른 뻘밭 길게도 잡아당긴 탐진강 상류에서 당겨도 당겨도 무거워지기만 한 노동의 진창 어머니의 손을 거쳐간 바닥은 몇 평쯤일까 발이 가고 손이 가고 마침내는 몸이 갈 바닥 오랜만에 찾아간 외가 마을 바닥 뻘밭에 꼼지락거리는 것은 죄다 어머니 전기문의 활자들 아니겠는가 저 낮은 곳에서 온갖 것 다 받아들였으니 어찌 바닷물이 짜지 않을 수 있겠는가 봄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

좋은 시 2023.07.16

호야등을 켜며 / 박금아

호야등을 켜며 / 박금아 지금 막 새벽 어장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심지를 내리고 걸어둔 듯, 손을 대면 온기가 전해질 것 같았다. 유년의 고향 집 마루 기둥에 걸려 있던 호야등이 생각났다. 희부연 등피 속으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출렁이고, 가물가물해진 시간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사흘이 멀다고 호야등을 손질했다. 등피를 닦고 석유를 채우고 심지를 갈아 끼우는 일 모두, 당신이 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겼다. 아무에게도 맡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심스레 떼어낸 등피가 멍석에 놓이면 우리 어린것들은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했다. 등피를 닦을 때의 아버지는 제사장 같았다. 문지르고 씻고 닦기를 여러 번, 맑은 물로 헹군 등피를 바람이 잘 통하는 안방 마루 위 나무 시렁에 올려두고 말릴 때면 삽시정저(揷匙正箸)* 후의 ..

좋은 수필 2023.07.15

잠 / 김희자

잠 / 김희자 연 이틀을 잠만 잤다. 때를 잊은 채 잠에 빠졌다. 동면하던 생물들이 기지개를 켠다는 경칩도 지났건만 잠 속을 파고들었다. 평소 늘어지는 성질이 못되니 수면시간도 짧다. 하루 네댓 시간을 자며 살아왔던 내가 이불 속에서 옴짝달싹 못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책상 앞에 앉아보았지만 가라앉는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소태 같은 밥을 겨우 한 술 뜨고는 엉금엉금 기어 침대로 갔다. 창백한 낯빛이며 푹 꺼진 눈의 몰골, 나사 하나가 빠진 것 같은 정신이 흉하기 그지없었다. 잔뜩 긴장되어 있던 전신까지 놓자 모든 것이 솜처럼 풀렸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을 빼고는 검불처럼 너부러져 잠만 잤다. 휴대폰도 멀리 했더니 무슨 일이 있냐고들 아우성이었다.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평소와는 다른 나를 별견하며 가만..

좋은 수필 2023.07.15

마스카라/김희자

마스카라/김희자 여자의 하루는 마스카라가 연다. 둥근 우주 속의 저나 나나 자존심은 매한가지건만 K는 오늘도 속눈썹을 바짝 치켜세운다. 처진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칠하여 쓱쓱 말아 올린다. 검은색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밋밋한 속눈썹과 마주 닿자 빳빳하게 굳어진다. 두세 번의 덧칠이 이어지니 마법을 부리듯 눈맵시가 풍성하게 살아난다. 그마저 성에 차지 않는지 그녀는 라이터로 성냥개비를 벌겋게 달군다. 달구어진 성냥개비로 속눈썹을 아찔하게 세울 때 여자는 가장 도도하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는 눈이 지배한다. 눈 화장을 어찌하느냐에 따라 면면이 달라진다. 눈 화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단연 마스카라가 아닐까. 마스카라를 바를 때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눈동자를 내리깐다. 다리를 꼬고 앉아 거울을 응시하는 포즈 또한 ..

좋은 수필 2023.07.15

꼭두/서소희

꼭두 서소희 나무 인형들이 웃고 있다. 한복 차림으로 피리를 불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어떤 이는 말을 타고 무기를 들고 있기도 하다. 재주 부리는 자, 시녀, 소고치는 자, 모두들 자신의 역할을 자랑하고 있다. 대부분 밝은 표정이지만 그 인상이 왠지 섬뜩하다. 어찌 보면 웃고 있는 얼굴이고 또 어찌 보면 저승사자 같다. 제각각의 형상으로 있지만 ‘사람’이라는 단어처럼 ‘꼭두’로 불린다. 꼭두는 어둠속에서 빛으로 안내하는 일을 한다. 육신을 떠난 혼백이 걸어가야 할 두려움의 길을 함께하는 동반자다. 그래서 상여의 꼭대기에 자리하여 이승을 떠나는 자의 옆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준다. 슬픔을 위로하며 허드렛일을 해준다고 구전되어진다. 그들은 거추장스런 일을 하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

좋은 수필 2023.07.14

찬밥/ 문정희

찬밥/ 문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좋은 시 2023.07.14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 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운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좋은 시 2023.07.11

금광 저수지/김평엽

금광 저수지/김평엽 여기에 천만 근 무거운 소리들 가라앉아 있구나 사람과 사람들에 버림받은 소리들 종적을 감추더니 이곳에 와 거대한 슬픔 이루고 있었구나 세상에 제대로 된 슬픔 이루고 있었구나 세상에 제대로 된 슬픔 하나 머물지 않던 이유 알겠다, 내 언제 굵은 슬픔 만나보았으랴만 작달막한 슬픔들만 남아 수다스런 세상, 그 얄팍한 세상에 빠져나와 이곳에 이룩한 거대한 슬픔을 만나노라 세상의 파릇한 슬픔이 평화를 누리는 곳 이곳이 슬픔의 천국, 신성한 소도임을 수면을 날으는 가마우지조차 지그시 눈 감고 만취의 비행 즐기지 않느냐 하늘에 깔린 꽃보다 더 반짝이는 저 수천 수만 애태울 것 없이 그저 맑은 물빛으로 맑은 것끼리 은빛 피라미 쑥쑥 낳는 저 세례 받지 않은 것들이 내 머리에 손을 얹나니 지혈되지 않..

좋은 시 2023.07.09

격포에서/김정희

격포에서 1. 횟집을 떠다밀며 미끄러진 길이 파마머리 파랗게 물들이는 바다로 추락한다. 그 머리를 끌어 덮다 밀쳐내는 채석강에는 시간이 층층으로 쌓여 있다. 몇 길 높이로 쌓아놓은 헌책(古書) 같은 바위 틈새에서 옛 이야기를 찾아 읽으며 바다는 흐느끼다 낄낄거린다. 그 소리가 바다 위에 물거품으로 하얗게 깔린다. 바닷가 모래알들은 그 책장에서 떨어져 나온 글자들이다. 바람은 그들을 짜 맞추느라고 부산하게 뛰어 다닌다. 하루 두 번씩 생각난 듯 다시 와서 그 책장에 숨겨 놓았던 지난 날들을 들추던 바닷물이 뒤를 돌아보도 않고 주춤주춤 수평선에게 끌려 간다. 넘어 가는 해는 황금빛 긴 꼬리로 바다 바닥을 번쩍번쩍 쓸고 있다. 2. 바닷바람이 유채밭에서 노랗게 뒹굴 때 영산홍은 가지마다 횃불을 꺼내들고 열렬히..

좋은 시 2023.07.09

허허롭거나 허허롭지 않은 그 안

허허롭거나 허허롭지 않은 그 안 -김지란, 이재연, 선종구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상력에 대하여 유추해 본다. 신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그 안에 시간을 구분해 계절을 나누어 다가오는 봄을 선물했다. 우리가 고대하던 봄이 온다. 누구나 따뜻한 봄이 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꿈꾼다. 바람을 구체화하면서 삶에 대한 전망을 상상할 것이다. 오랜 시간 꿈꿔온 단상들이 깊은 사유로 이전 축적되면서 그 모습을 세상에 ‘시’라는 형상으로 드러낼 때 심연을 통과한 고뇌와 혼신에 찬 몰입을 환희를 위한 것으로만 볼 수 없다. 그것은 세상을 긍정으로 바라보고 불안한 순간순간을 희망으로 전환하려는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의 산물로 봐야 한다. 그런 지점을 응시하고 있는 시인의 시선은..

평론 2023.07.09

에세이의 본질과 형식/강돈묵

에세이의 본질과 형식 강 돈 묵 1. 들어가면서 흔히 ‘수필가는 많은데, 수필은 적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수필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나 자신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가를 반성하게 된다. 이 말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큰 것은 글쓴이들의 작가 정신의 결여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한다. 그렇다고 하여 타 장르의 작가들보다 수필가들이 나태하고 안이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똑같은 경우인데도 다른 장르의 허물보다 수필의 허물이 겉으로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또 한 가지는 일반 독자들의 의식 속에 수필을 폄훼하는 인식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의식은 수필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수필..

수필 이론 2023.07.09

교술의 기록성과 문학의 형상화 /강돈묵

교술의 기록성과 문학의 형상화 --김정화의 흔히 수필을 교술 문학의 대표격으로 말한다. 이 교술은 ‘사실을 가르치거나 전달하기 위한 기술’, ‘대상이나 세계를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설명하는 문학 장르’ 쯤으로 사전류에서는 밝히고 있다. 신재기 교수는 에서 ‘교(敎)는 정보를 알리는 거나 주장한다는 의미이고, 술(述)은 사실이나 경험을 서술한다.’는 뜻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수필은 문학의 형상화와 교술의 기록성이라는 상반된 두 세계를 변증법적으로 처리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상화와 기록성은 함께 어우러지기에 부담이 있어, 변증법적 처리라는 용어를 동원했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수필문학이 추구해 가야 할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 막연히 자신이 경험한 바를 기술하는 데에 멈춰서는 안 되고, 그..

수필 이론 2023.07.09

수필의 화자시학/안성수

새로 쓰는 수필론 수필의 화자시학 안 성 수 1. 여는 말 수필의 화자는 어떻게 존재하며 그 기능을 수행할까? 이 문제는 곧 수필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로서 작가들이 글을 쓸 때마다 한 번씩 반문해 보아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만큼 화자는 수필의 구조와 소통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 동안 화자 연구는 소설 서사의 핵심과제가 되어 왔다. 소설의 화자 연구는 구조주의 시대에 이르러 개념의 구체화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견고한 논리를 확보하게 되었지만, 전통소설론에서는 소재를 포착하는 자와 그것을 문학적 이야기로 조직하여 들려주는 자의 기능을 통합하여 사용해 왔다. 이를테면, 전통적 화자는 구조시학자들이 말하는 초점화자와 서술자의 두 가지 기능을 분별없이 사용함으로써 역할과 기능의 ..

수필 이론 2023.07.09

이야기의 구조화와 문학성/안성수

이야기의 구조화와 문학성/안성수 한국의 현대수필에서 발견되는 작법상의 문제는 이야기의 미적 구성이나 구조(structure)에 대한 무관심이다. 문학작품에서 구조란 전체성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되는 구성요소 상호간의 관련방식이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작가가 꿈꾸는 주제와 의미세계를 감동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구성요소들의 유기적이고 심미적인 배열방식이다. 이러한 텍스트의 문학적 의미와 울림은 그 구조에 의해 조절되고 탄생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한국의 많은 수필작가들은 이야기를 천편일률적인 소재발생 순서로 배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결과, 이야기 줄거리만 무성하고 독자를 공감의 세계로 이끄는 문학적 울림이 빈약한 작품을 낳는다. 이야기의 구조화 원리 중에는 소재의 발생순서로 단순 배열하..

수필 이론 2023.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