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황진숙 한 톨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시라. 등금장수의 등에 업혀 대동여지도에도 없는 소금 길을 냈다.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고 차마고도를 건너 처처를 누볐다. 산이라고 못 이룰까. 고무래로 밀고 당겨지며 첩첩이 산을 쌓았다. 태초부터 내려왔으니 먹지 않은 자가 없고 취하지 않은 자가 없다. 그러니까 시대를 내려온 가장 오래된 맛이다. 너른 바다를 응축한 한 알로 짠맛을 보시하며 무미건조한 세상에 간을 쳐왔다. 조미란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각을 주름잡기 위해선 어두컴컴한 구석에 내박치는 일쯤은 각오해야 한다. 주둥이가 묶인 자루 속에 갇혀 쓴맛이 빠질 때까지 지루한 시간을 견뎌낸다. 뙤약볕에 몸을 데우고 오가는 바람의 담금질로 맺힌 알갱이의 자긍심을 잊지 않기 위해, 똑똑 떨어지는 간수 소리를 경전 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