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기침 /김 만 년 밤이 이슥해지자 상을 차리고 제향을 사른다. 아버지 생전에 하신대로 열을 맞추어 음식을 진설하고 정성을 들여 잔을 올린다. 늘 아버지 옆 자리에서 지켜만 보다가 오늘은 내가 제주祭主가 되어 처음으로 아버지를 뵙는 것이다. 종헌終獻이 끝나고 긴 부복의 시간을 가졌다. 아버지 생전의 나날들이 아리게 스쳐간다. 묵배 끝에 일어설 무렵 아이들이 뒤에서 '킥킥' 웃는다. 이유인즉 내가 할아버지 헛기침 흉내를 내더라는 것이다. 어색하다며 아내도 아이들을 거든다. 그런가 싶기도 해 뒷머리를 긁적인다. 지금은 멀어져간 풍습이지만 삼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집안에 대제大祭라는 것이 있었다. 조부님과 아랫대 24종반 제종당숙들, 그리고 조카항렬까지 한자리에 모이면 종갓집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돼지를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