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껍데기/장미숙 죽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노르스름한 색깔에 윤기가 돌고 냄새만으로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한 숟가락 크게 떴으나 몹시 뜨거웠다. 숟가락을 입술 가까이 대고 호호 불었다. 냄새는 날숨에 밀려갔다가 급히 되돌아왔다. 들숨으로 몰려든 냄새는 후각을 자극했다. 바다의 쌉싸름함이었다. 하지만 그건 낭만과 청량함을 품고 있진 않았다. 바람결에 실려 온 바다의 까칠한 겉살이나 햇살과 몸을 섞는 후텁지근하고 들큼한 것도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의 뼈와 오랜 시간에서 비어져 나온 진하고 곡진한 냄새였다. 바다의 속살이 입안에서 씹혔다. 눈물 맛이 났다. 아니, 고독한 맛이었다. 고독과 외로움이 뭉쳐진, 응고된 맛은 사진 속에서 보았던 바다 여인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바닷물에 잠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