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글 / 황선유 ‘나’는 실재의 인물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입니다. 나는 진실의 인물이 아니라 허위의 인물입니다. 그러니 이 글은 가상으로 허위로 쓰는 글로 이른바 헛글이죠. 그렇다고 실존과 진정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니 누군가 이 헛글의 행간에 웅크린 참나를 찾아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 안 해도 그만이지만요. 십이월 치고는 포근한 한 날의 저녁 어스름에 강둑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이곳을 ‘강둑길’이라니 대번에 거짓임을 눈치채겠지요. 대놓고 거짓이니 글쓰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나는 무언가 결론을 내려야만 한다는 당위의 심정으로 이즈음 안팎으로 머리를 죄던 일들을 떠올립니다. 떠올려진 것들이 잠시 가을 하늘 고추잠자리처럼 머릿속을 선회하다가 일제히 한 곳으로 응집됩니다. 손에 들고 있던 스타벅스 커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