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확의 노래 이정인 정중동(靜中動)이다. 빗물 고인 돌확에 하늘빛 젖어드는 사이 흰 구름 살포시 제 몸을 적신다. 잠시 타는 목을 축이던 서산의 해는 긴 밤을 흘리고 사라져간다. 어둠에 빠져버린 웅덩이에서 달은 또 한 번 떠오른다. 자연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돌확의 풍경에는 허허로운 운치의 노래가 흐른다. 돌확은 살아있는 추억의 화석이다. 나보다 먼저 고향집에 생겨나 지금까지 한자리에 망부석처럼 머물러 있다. 시골농가 개조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헐고 고쳐도 돌확은 처음 있던 그대로다. 정들 틈도 없이 빨리 변해가는 시대에 그대로인 모습을 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돌확을 볼 때마다 잊힌 날들을 재회하는 기분이 든다. 이미 돌확은 무정한 한 물건이 아니다. 고향집에나 내 마음에나 정겨운 한 존재다. 긴 세월 ..